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에게 있어서 가장 난제이자 최대 관심사이자 가장 깨달음을 얻고 싶은 고민이다.
나는 최근까지(3개월 전까지) 클럽하우스 모델의 정신재활시설을 다닌 적이 있다. 그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인간관계에 대해 95% 이상 만족하며 살았다. 내 일생 통틀어서 가장 높은 만족감의 인간관계를 맺은 곳이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 나의 인간관계 만족감은 50% 안팎으로 매우 떨어졌다.
그래서 이에 대해 '상담을 해 봐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내가 다니던 정신재활시설의 담당자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요청했다. 사실 통화를 하면서도 '상담을 거절당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더 이상 그곳의 회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전 담당자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흔쾌히 상담을 하자고 했고 약속을 잡았다.
그때서야 나는 한 가지 깨달았다. 내가 다니던 클럽하우스의 모든 직원들은 내가 조금이라도 힘들다는 것을 표현하면 거의 항상 (때로는 싫은 티-어쩌면 아쉬운 티를 낸 건지도 모르겠다-를 조금 낼 때도 있었지만)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고 이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나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고 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해 주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한편 최근에 나는 같은 조현병 환우와의 관계에서 그녀의 많은 불만적인 태도에 점점 지쳐가며 심하면 싫어하는 마음도 가졌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나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그녀에게서 멀어지게 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항상 그랬던 태도를 벗어나 더 이상 그녀를 이해해 주지도, 공감해 주지도, 그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 주지도, 그녀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지도, 그녀를 위해 희생해 주지도 않기 시작했다. 오히려 어느 순간부터 그녀를 무시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로 인한 나의 인간관계 만족감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내가 그녀를 멀리하고 무시하는 것을 눈치채기 시작한 것 같았고 결국 결과는 은따로 이어졌던 것 같다. 나는 점점 환우 그룹에서 입지를 잃어가게 되었고, 결국에는 그들 전체와의 관계도 소원해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위의 최근 경험을 통해 나는 내가 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클럽하우스 재활시설을 다니면서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해를 받고, 공감을 받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받고, 편의롤 제공받고, 그들의 희생까지 받았기에, 나 또한 다른 사람을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해 주고, 편의를 제공해 주고, 나의 희생까지 해주는 삶을 살았었다. 하지만 재활시설을 퇴록하고 난 후의 언젠가부터 그런 모든 것들이 짐으로 느껴지기 시작했고, 나는 어느 순간부터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들(재활시설 직원들) 또한 지치고 힘듦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나를 지지해 준 것처럼, 나 또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 주변 사람들을 지지해 주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감정적으로 힘들고 지치더라도 싫어하지 않고-가끔 싫어할지라도-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주고, 편의를 제공해 주고, 나의 희생까지 해 줄 줄 아는 사람. 그런 멋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P.S. 위와 같은 마음을 먹고 다시금 환우 그룹에서 어울리니,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관계가 회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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